교사 7년차, 하지만 평생 선생님
-김명숙 회원
누구나 한때는 학생이었고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선생님이 한두 분은 계시겠지요. 학생들에게 교사로서의 얼굴을 보이기 위해 감추고 있던 인생 이야기를 들으러, 교사로서는 7년차 이지만 평생 선생님으로 살아오신 김명숙 회원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세종참여연대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제가 89년도에 조치원에 와서 그 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기청년회의 회원으로서 열심히 활동을 했어요. 그렇지만 항상 이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시민단체가 있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죠. 그래서 세종참여연대가 생겼을 때 너무 좋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교사가 되시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 학생운동을 조금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발령이 안 났다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런 건 아니구요. 제가 입학했을 때의 사범대학교는 졸업하면 바로 선생님이 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졸업 후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임용고시제도가 도입이 되고, 이를 졸업생에게까지 소급적용을 한다는 거예요. 모든 과정을 마치고 학교현장으로 가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험을 보라고 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싸웠어요. 그러다 다시 교직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20여년 만에 겨우 열린 거죠.
대학을 졸업하고 20여 년 동안 공부를 놨기 때문에 내 안을 더 채운 상태에서 교단에 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원대에 편입하고 3년간, 정말 공부를 열심히, 원 없이 했어요. 오히려 교사로서 살지 않은 동안의 많은 경험과, 내 아이를 키워낸 엄마로서의 체험이 교단에 서는 좋은 거름이 되었어요. 바로 졸업을 해서 교사를 20년 동안 해온 동기들이 매너리즘에 빠질 때, 저는 오히려 첫 발령을 받아서 나간 거잖아요.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도 간혹 있었지만, 그런 아이들하고 같이 지내는 경험조차 저에게는 다 새롭고 즐거워요. 선생님으로서 7년차, 앞으로 정년퇴임까지 15년 정도 남았는데, 앞으로도 정말 재미있게 교사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중등교사 자격증이 있으신데 편입까지 하셔서 초등교사가 되신 계기는?
대학 졸업을 하고 남편의 고향인 조치원에 와서 전교조연기지부 간사부터 시작하여 학원강사, 독서지도사 등등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했죠.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시절이 명동초등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운영한 기간이 있었어요. 다리도 못 펼 정도로 좁은 방에서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팔다 남은 병아리들까지 데리고 잔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족들과 싸운 적은 없었던 걸 보면 힘들었어도 잘 버텨나간 것 같아요. 문방구를 하면서 얻은 것이 있어요. 제가 학원 강사로서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과,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이 달랐어요. 선생님과 부모님 앞에서는 착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던 아이가 뒤에서 자기들끼리 있는 자리에서는 상스럽게 행동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부모님과 교사들이 보지 못하는 아이들만의 뒷모습을 본 것이 아이들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어 주었죠. 제가 선생님이 된 후 아이들을 바라볼 때, 한 걸음 물러나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려고 노력해요. 제가 공주사대 출신으로 중등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도 교원대를 편입해서 초등교사가 된 것은, 그때의 경험이 계기일지도 몰라요.
전교조세종지회장을 맡고 계신데?
사범대를 나와 교사의 역할과 교육운동에 대한 고민이 쭉 있어왔고, 89년도에 전교조가 창립되는 것을 몸소 경험했지요. 졸업 후에 발령을 기다리면서 처음으로 가진 직장도 전교조연기지회 간사였어요. 그동안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교사로서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고, 합법화 되지 않은 시기에 많은 탄압을 받으면서도 각고의 노력으로 전교조를 만들고, 교단의 풍토를 바꾸고 참교육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쭉 지켜보았죠. 교사를 포기하는 것은 오히려 쉬웠는데 내가 전교조 성원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발령을 받자마자 달려가서 전교조에 가입했구요.
2015년부터 전교조 세종지회장으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몇십년 동안의 사회적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현장이 좋아지도록 선생님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비해 참교육에 대한 생각이 퇴색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교사가 정치적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문제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초기에 봤던 전교조 선생님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은 것은, 아이들을 어떻게 잘 교육할 것인가, 아이들과 학부모와 교사가 어떻게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계속한다는 점이라 생각해요. 짧은 삶, 함께 사는 동안 다 같이 행복하게 재미나게 잘 살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법외노조화 된다고 해도 불법단체가 아니고 법외노조일 뿐이고, 교원단체로서의 지위도 유지하게 됩니다. 다만 전교조 전임을 맡지 못하게 되고 사무실 지원이 줄어드는 것을 제외하고 전교조 안에서 교사들의 변화는 없습니다. 평소와 똑같이 아이들에게 참교육을 행하는 것을 계속할거예요.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현직교사만 노조원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 해직자나 예비교사까지도 교원노조안에 포함 할 수 있거든요. 또한 여타 일반노조들은 해직자들도 노조원이 될 수 있는데. 유독 공무원노조만 해직자를 포함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어떻게 자기를 보호해주는 장치도 없는데 노조의 일을 계속 할 수 있겠어요. 현직교사가 아닌 사람들이 노조에 영향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판결이 났지만, 현재 해직자는 9명이고 그 외 조합원은 6만 명이에요. 이런 어려운 상황인데 오히려 가입자가 늘어났어요. 비록 법외노조가 되더라도 교원노조법을 바꾸는 운동을 계속 해나갈 것입니다.
세종참여연대에 하고 싶은 말은?
참여연대가 생기고 나서 지금까지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지역이 상당히 보수적인 지역이에요. 인원을 충원하고 회원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지역인데 500여명의 회원을 확보를 하셨어요. 그런 점에서 참여연대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지역의 여러 가지 일들을 챙겨가면서 지역시민단체의 중심이 되는 세종참여연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만약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됐을 때 세종지역 대책위원회에 시민단체의 힘을 보태주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