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세종시 이전은 당연
법과 계획에 따랐다면,혼란 없었을 것
세종시의 일방적 짝사랑,언제까지 갈까
내년 4월이면 총선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지사이다.
국회 산하이던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선거관리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과거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결정이 여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의해 번복된 전례가 많았다. 국회의원들의 밥그릇과 직결되는 선거구 획정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과 양당 독주체제 하에서 제1당과 제2당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였다.
정치라는 것이 권력 획득이 목표라면 법적인 가치나 이상적인 신뢰 지향보다는 즉자적이고 즉물적인 이해관계에 충실한 것이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표로 귀결될 수 있다. 정치를 인문학이 아닌 공학이라고 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지난 9일 송호창 의원(과천·의왕, 새정치민주연합)은 미래창조과학부의 과천청사 유지가 확정됐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올해 9월과 내년 2월에 2단계에 걸쳐 이전한다는 세부일정까지 공개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이고, 그마저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다.
다음날 부처 이전을 주관하는 행정자치부는 확정된 바가 없다는 해명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 부처 이전 고시를 하지 않고 지연하고 있는 정부의 해명이 공허할 수밖에 없다. 알맹이가 없다. 실체가 없다. 화려만 말잔치만 난무한다.
세종시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선도도시로 태어났다. 비록 신행정수도에서 축소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추진되고 있지만, 21세기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 주도로 건설되고 있는 국책도시이다. 법과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되었다면 행정의 비효율성과 자족기능 부족과 같은 초기 도시 건설과정에서의 과도기적 현상도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광풍이 세종시를 백지화의 낭떠러지로 몰아세운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세종시 원안 플러스 알파’를 약속했지만, 마땅히 와야 할 정부부처 이전은 지연되고 있고, 세종시 조기정착에 역행하는 통근버스 운행 로드맵은 제시조차 못하고 있다.
부처 이전이 몇 년 지연된다면 통근버스 운행도 연동되어 연장될 수밖에 없고, 공직사회에 대한 지역사회의 불신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법과 원칙은 실종되고, 정치적 수사만 횡행한다.
정치의 과잉이다. 아니 정치의 배신이다. 2013년 9월 12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세종청사 이전에 합의했으나, 새누리당 정책위가 두 시간 후에 번복하며 국가균형발전을 염원하는 국민들과 세종시민을 우롱한 전례가 있다.
2015년 3월 2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사혁신처와 국민안전처 등 신설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나, 다음날 언론에 보도되자 이를 즉각 부인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도 세종시에는 신설부처 이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일방적인 세종시의 짝사랑이다.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고 항변하는 듯하다. 님은 이미 떠났다. 하지만 곧 돌아올 것이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적 계절과 함께 말이다.
9일 미래창조과학부의 과천청사 유지가 확정됐다는 송호창 의원의 보도자료 발표 이후 시민단체는 반박 성명, 인터뷰, 언론 기고, 토론회, 릴레이 1인 시위 등을 통해 정치적 논리로 변질되고 있는 신설부처 세종시 이전의 법적 타당성과 현실적 적합성을 알려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확장된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그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과천의 절박성에 비하면 위기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선제적이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시민단체의 입장이 이상주의자의 공허한 메아리는 아닐까 자괴감이 드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치의 과잉과 배신이 점철된 세종시에서는 이상주의자의 절규 또한 불가결한 것임을 모르지 않으니 말이다. 오늘도 비록 조용하지만 간절한 외침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