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안에 품은 너른 숲과 같이
-김혜경 회원
세종참여연대에 가입하게 되신 계기는?
지인들을 통해서였어요. 세종참여연대의 역할은 시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지요. 물론 전체 시민의 의견은 아닐 수 있어요. 좀 더 사회에 관심 있고 뜻 있는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 사회의 다수를 위한 의견을 대변해 주는 곳이라 생각해요. 사회를 위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나 개인으로서는 못하니까 세종참여연대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기를 바란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셨다면서요?
제가 결단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데, 한번 시작하면 미친 듯이 빠지는 성격이에요. 고 1때 친구가 함께 가자고 권해준 교회를 1년이 넘도록 고민하다가 고 2때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완전히 푹 빠져서 살았어요. 교회 언니들과 함께 소년원 봉사를 갔다가 소년원에 입소해 있는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다 동생같이 느껴져 뭔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계속 토요일 일요일마다 찾아갔어요. 예수님의 삶 자체가 창녀 죄인 가난한 자와 함께 하는 삶을 사셨기에 나도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소년원, 교도소를 봉사를 계속하였어요.
입원해 있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면회 오는 것이라서 음식을 싸들고 가서 밥 해주고, 부모가 안 찾아온 아이를 수소문해서 부모님께 데려다주거나, 사고를 친 아이의 누나인 것처럼 하고 찾아가 용서를 구해본 적도 있어요. 퇴원 후에도 찾아가서 식사도 같이 하고 좋은 말씀을 녹음한 테이프나 꽃 같은 것을 전해주기도 했지요. 여러 직장을 다니다가 대학에 입학하여 유아교육과를 거쳐 97년도에 신학교에 편입했는데, 학교가 수원에 있는 교도소와 가까워서 돈만 생기면 나는 생수로 식사를 대신하면서도 찾아가 봉사하고 영치금을 넣어주곤 했어요. 한번은 쓸 돈이 떨어졌는데 길을 가다가 주인이 없는 돈이 나보고 주우라는 듯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거에요. 돈을 줍자마자 이걸 또 누구에게 주라고 주셨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사준적도 있었어요. 지금도 대전의 소년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 1대1로 멘토링 하는 역할을 종종 하고 있어요.
지역아동센터 운영은 어떻게?
결혼 후에 부강으로 내려와 남편과 함께 교회를 운영하였어요. 처음 시작은 부모님이 늦게 끝나는 집이 비는 아이들에게 교회로 놀러오라고 해서 같이 밥을 먹는 것이었어요. 제가 근데 김치요리밖에 못해서(웃음) 이렇게 아이들에게 밥을 해주는 운명이라면 급식비 지원을 받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하자 싶어서 지역아동센터를 2006년에 시작해서 2013년 8월 까지 운영했어요.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은 저소득층 다문화 맞벌이 가정이 많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고 도와줄 이가 없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에요. 요즘은 문화적 교육적 측면도 같이 담당하게 되었는데, 저는 센터에 다니던 4명의 학생을 좀 더 나은 고등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한 달 동안 새벽 3시까지 공부를 같이 하고 등교를 시킨 적도 있었죠.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무언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현실에 부딪혀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인생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사랑하고 도와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요. 초창기에 만났던 아이들이 지금은 대학생이 되고 취업을 해서 가끔 전화를 주기도 해요. 제일 말썽쟁이 이었던 아이가 제일 연락을 자주 해요.
그런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 원동력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지구와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에요. 내가 못 만나는 사람까지 도울 수는 없겠지만 나의 앞마당에 들어와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도와주고 싶어요. 근데 제가 워낙 마당발이라서 앞마당이 넓어요. 많은 아이들을 만났던 경험들, 남들이 못해본 많은 인생의 경험들이 저의 마당을 넓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다만 예전에는 나무만 보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숲을 보는 삶을 살아보려 해요. 나무만 볼 때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너무나 많았어요. 이제는 숲을 볼 나이도 되었고 경험도 있다 보니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 열심히 회비를 내겠습니다.(웃음)
치즈목장을 운영하게 되신 계기는?
제 인생을 돌아보면서 새롭게 세운 가장 큰 목표는 ‘60대 이후에 심심하지 않기.’ 이었어요. 그 심심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 뭘 해야 할까 고민을 해보니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익숙히 해왔던 일이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지역아동센터 활동을 그만두고선 그만큼 매일 만나는 것은 한계가 있겠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계속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체험학습장 운영에 생각이 미쳤는데 우연히 치즈공장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치즈를 통한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있어요. 사실 체험학습은 평생을 해 온 일이라 자신이 있는데 치즈 만드는 일이 어려워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어떤 물건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살아있는 유산균이 다루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한 작업이거든요. 운영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좀 익숙해졌어요. 늘 다양하고 늘 새로운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1명도 100명처럼 100명도 1명처럼, 매일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목장에 와서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나요?
치즈가 되기 전단계인 커드를 온수에 넣고 반죽하고 길게 늘이면서 수제 스트링치즈를 만들고, 그 치즈를 가지고 또띠아에 올려 피자를 만들거나 카나페를 만들어 먹는 코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특히 치즈를 만드는 일은 딱딱했던 커드가 따뜻한 물속에서 점차 부드럽게 변하는 촉감을 아이들이 만지고 싶은 만큼 손으로 느끼며 만들기 때문에 매우 좋아해요. 또한 태어난 지 60일이 채 안된 송아지에게 직접 우유를 줄 수 있는데 아이들이 직접 동물과 교감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지요. 다만 송아지가 하루에 먹는 양이 정해져 있어서 목장에 미리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예약이 필요하답니다.
- 세종꿈의목장치즈 찾아오시는길 - 세종시 연서면 국촌2길 30-24.
- 예약 및 문의 연락처 – 044-867-7284
세종참여연대에 바라는 점은?
세종참여연대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큰 이슈에 대응하는 것인데, 이것은 항상 변화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아요. 안 되는 것을 알지만 해야만 하는 싸움도 있을거에요. 비록 결과가 없더라도 대응을 계속하는 것이 참여연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또 반대로 지극히 작은 소소한 불편함을 해결하는, 지역 내에서의 문제를 다루는 것도 필요해요. 예를 들자면 사무실이 위치한 조치원 시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걸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찾는 것도 참여연대의 역할이지 않을까요? 날씨도 추워지는데 더 살갑게 다가오는 친근한 세종참여연대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