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송이 한 알 속에 담긴 자연의 이치”
포도나무를 생명으로 바라보면 경외롭지만, 포도나무가 자본으로 전환하면 고통이 따른다
봄이 잠깐 스쳐지나간 듯, 이른 여름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양희용 회원이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세종시 연서면 쌍류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머루포도를 생산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양희용 회원의 포도밭은 연서면 소재의 특공부대 훈련장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뙤약볕 아래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양희용 회원 부부의 모습은 마치 도저한 바다의 한 점과도 같이 희미하게 다가왔다. 포도밭은 끝간데없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고, 멀리서 양희용 회원 부부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양희용 회원 부부는 자연과 닮아 있었다. 자연을 경외했고, 자연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했다. “포도나무를 생명으로 바라보면 끝없이 경외롭지만, 포도나무가 자본으로 전환하면 고통이 뒤따른다”는 양희용 회원의 마지막 말이 귓가를 스친다. 양희용 회원은 자신이,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가, 세종시가 자연친화적인 세계를 만들어가는 벗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직하지만 간절했다. -편집자-
본인을 소개하면?
1960년 생으로 연서면 용암리 출신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고향에서 마쳤다. 결혼하고 경기도 안산에서 직장생활을 4년 정도하다가 고향으로 내려왔다. 이기주의 만연과 피를 말리는 경쟁구도, 땀흘린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는 직장생활에 환멸을 느꼈던 것 같다. 93년에 귀향에서 근 20여년간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가족으로는 아내와 아들 둘이 있다.
포도농사를 소개하면?
연서면 쌍류리, 용암리 일대에서 약 6,000평 가량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지금이 일년 중 제일 바쁜 시기로 포도송이에 영양분을 최대한 공급하기 위해 곁순과 넝쿨순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쌍류리 머루포도’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데?
쌍류리는 대한민국 최초로 머루포도를 재배한 산지이다. ‘슈퍼 머루포도’와 ‘머루포도’ 두 종류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슈퍼 머무포도’는 이곳에서 내가 유일하게 재배하고 있다. ‘슈퍼 머루포도’는 알이 작은데 비해 당도가 높아 요즘 인기가 높다. ‘슈퍼 머루포도’는 9월 초에, ‘머루포도’는 9월 말에 수확할 예정으로 추석 선물용으로 많이 애용되고 모두 직거래로 판매한다.
‘슈퍼 머루포도’의 경쟁력은?
소비자는 단맛을 선호하고, 신맛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머루포도’는 신맛과 단맛이 병존하는 반면, ‘슈퍼 머루포도’는 단맛이 많아 당도가 높고 소비자에게 인기가 좋다. ‘슈퍼 머루포도’만을 놓고 볼 때 전국의 농가에 비해 알이 굵고 당도가 높아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슈퍼 머루포도’에 대한 노하우를 익히기까지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있었다. 지금도 진화하는 과정이지만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슈퍼 머루포도’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농민으로서 보람과 애환은?
보람은 생명의 신비로움을 지켜본다는 것이다. 포도나무에서 싹이 오르고, 꽃이 피어나고, 열매가 맺는 과정을 보면 경외롭고, 내가 농부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반면 열심히 일한 만큼 현실적인 수입이 부족하다는 것이 고통스럽다. 농사 면적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그대로이고, 매출은 그대로인데, 농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안타깝다.
우리단체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최권규 공동대표가 절친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시민단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올해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가 창립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원으로 참여하게 됐고, 부족한 역량이지만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단체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물심양면으로 함께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들의 조건에 맞게 재능기부를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단체의 활력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단체에 바라는 점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세종시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본주의 사회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경향으로 흐르는 것이 안타깝고, ‘도덕과 윤리’‘공동체 의식’‘사회적 연대’등을 통해 더불어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가 역할을 했으면 한다.
세종시에 바라는 점은?
세종시가 원안으로 추진됐으면 한다. 또한 자연친화적인 도시로 성장했으면 한다. 인간은 자연에서 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본주의가 극대화 될수록 인간성 회복이 필요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다보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꿈은 무엇인지?
청년 시절부터 생각이기도 하고, 자식들에게 늘상 하는 이야기가 ‘자아 성찰’이다. 나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하고 싶다. 청년 시절에는 도예에 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도 여력도 부족하다. 나를 성찰하고 사색할 수 있도록 책을 많이 읽고 싶은 것이 지금의 꿈이라면 꿈이다.
양희용 회원 손전화 : 010-9558-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