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체도 뼈대도 부실
골고루 세종 | 세종시의 자화상
김수현(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뼈대 없는 아파트’ 관행적 사고가 이유
안행부 서울 잔류 결정 정치적 사고 탓
‘명품 세종’이 ‘부실 세종’ 전락할 판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에서 뼈대가 없는 부실아파트 시공 논란으로 전국적으로 커다란 망신을 사고 있다. 시공사와 협력업체, 감리업체 간의 구조적 부조리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충격을 넘어 분노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으로 업계의 관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충격파가 천재지변에 가깝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고, 행정과 경제, 교육의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세종시의 미래가치에 투자했던 시민들의 기대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뀌고 있다. 명품도시를 꿈꾸는 세종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부실 논란은 세종시 건설의 역사와 현주소를 투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세종시민 중에서 세종시가 정상적으로 건설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가정책목표에 의해 태어난 세종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파동으로 인해 백지화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세종시 건설의 주무 부처였던 행복도시건설청은 세종시 수정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대기업 건설사들은 떠나가고, 지방의 중견기업들이 역할을 대신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만 갔다. 이렇게 세종시는 정치적 이유로 인해 도시계획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결여된 채 우후죽순으로 건설에 박차를 가했고, 성냥갑 도시라는 비아냥거림도 모자라 지금은 부실 도시라는 오명까지 떠안게 되었다.
21세기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중심의 계획도시인 세종시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게 도시계획이라는 원칙과 일정에 따라 건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형지를 최대한 살려 자연 지형과 조화를 이루게 하고,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도시경관으로 자연과 사람, 건물이 공존하는 인간존중의 도시, 자연친화적인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진행과정을 보면 이러한 목표는 빗나간 이상향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현실적인 조건과 변화된 조건에 맞춰 도시계획을 탄력적으로 수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통합적인 도시계획은 방기한 채 주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하늘로만 치솟는 건물을 보면 개별화된 신도시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공존을 무색하게 하는 이러한 직선적 사고, 관행적 사고가 이번 부실시공 논란의 하나의 원인인지도 모를 일이다.
세종시 도담동 1-4생활권 모아미래도 입주예정자들이 지난 달 26일 행복도시건설청 앞에서 부실시공에 대한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세종시가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사고, 관행적 사고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적 사고가 세종시 정상추진을 위한 법과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면, 관행적 사고는 세종시가 명품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법과 원칙을 무시한 행태이다. 세종청사에서도 불만이 팽배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안전행정부의 서울 잔류도 근본적으로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상 국방과 통일, 외교를 제외한 모든 부처를 세종청사로 이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주요부처 이전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던 여야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안전행정부의 서울 잔류를 결정한 측면이 강하다. 다행히도 김관영 의원의 대표 발의로 안전행정부의 세종시 이전을 골자로 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여야는 세종시 건설 취지에 맞게 법과 원칙에 따라 국회통과를 위해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세종시 이전이 지연되는 것도 정치적 맥락을 같이 한다. 해양수산부는 부산경남, 과천청사에 잔류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수도권 표심을 의식해 최종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 6·4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정치 일정을 고려한 탓이다. 이기적이고 편협한 정치적 사고에 세종시가 휘둘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8일, 모아미래도 아파트 입주자들이 이재관 세종시장 권한대행(행정부지사)과 면담을 했다. 입주자들의 반응은 절규에 가까웠다.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행복도시건설청은 문제해결 과정에서도 당사자인 입주자들을 배제시키고 있다는 격앙된 소리가 나왔다. 예정지역 건설에 대한 권한이 없는 세종시청은 행복도시건설청에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관행적 행정의 사각지대에 부실시공 최대의 피해자인 입주자의 억울함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의 구조적인 비리와 관행으로 넘기기에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이번 사태는 안전의 문제를 넘어 미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문제이다. 또한 명품 세종시의 향배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이다. 관행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연쇄적인 문제를 낳고 확대시킬 뿐이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행복도시건설청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사기 행각을 벌인 범죄행위를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 사고와 관행적 사고가 세종시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변칙적 사고가 난무한다면 ‘명품 세종시’가 아닌 ‘부실 세종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종시 미래에 대한 기대는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캔자스 대학 학생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을 인솔한 알프레드 교수는 세종시가 워싱턴 DC와 같은 세계적인 행정수도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세계가 기대하고, 대한민국이 주목하고 있는 세종시는 이러한 응원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몸체도, 뼈대도 부실하다. 부끄러운 일이다.
김수현(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뼈대 없는 아파트’ 관행적 사고가 이유
안행부 서울 잔류 결정 정치적 사고 탓
‘명품 세종’이 ‘부실 세종’ 전락할 판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에서 뼈대가 없는 부실아파트 시공 논란으로 전국적으로 커다란 망신을 사고 있다. 시공사와 협력업체, 감리업체 간의 구조적 부조리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충격을 넘어 분노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으로 업계의 관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충격파가 천재지변에 가깝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고, 행정과 경제, 교육의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세종시의 미래가치에 투자했던 시민들의 기대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뀌고 있다. 명품도시를 꿈꾸는 세종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부실 논란은 세종시 건설의 역사와 현주소를 투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세종시민 중에서 세종시가 정상적으로 건설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가정책목표에 의해 태어난 세종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파동으로 인해 백지화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세종시 건설의 주무 부처였던 행복도시건설청은 세종시 수정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대기업 건설사들은 떠나가고, 지방의 중견기업들이 역할을 대신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만 갔다. 이렇게 세종시는 정치적 이유로 인해 도시계획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결여된 채 우후죽순으로 건설에 박차를 가했고, 성냥갑 도시라는 비아냥거림도 모자라 지금은 부실 도시라는 오명까지 떠안게 되었다.
21세기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중심의 계획도시인 세종시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게 도시계획이라는 원칙과 일정에 따라 건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형지를 최대한 살려 자연 지형과 조화를 이루게 하고,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도시경관으로 자연과 사람, 건물이 공존하는 인간존중의 도시, 자연친화적인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진행과정을 보면 이러한 목표는 빗나간 이상향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현실적인 조건과 변화된 조건에 맞춰 도시계획을 탄력적으로 수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통합적인 도시계획은 방기한 채 주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하늘로만 치솟는 건물을 보면 개별화된 신도시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공존을 무색하게 하는 이러한 직선적 사고, 관행적 사고가 이번 부실시공 논란의 하나의 원인인지도 모를 일이다.
세종시 도담동 1-4생활권 모아미래도 입주예정자들이 지난 달 26일 행복도시건설청 앞에서 부실시공에 대한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
세종시가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사고, 관행적 사고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적 사고가 세종시 정상추진을 위한 법과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면, 관행적 사고는 세종시가 명품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법과 원칙을 무시한 행태이다. 세종청사에서도 불만이 팽배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안전행정부의 서울 잔류도 근본적으로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상 국방과 통일, 외교를 제외한 모든 부처를 세종청사로 이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주요부처 이전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던 여야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안전행정부의 서울 잔류를 결정한 측면이 강하다. 다행히도 김관영 의원의 대표 발의로 안전행정부의 세종시 이전을 골자로 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여야는 세종시 건설 취지에 맞게 법과 원칙에 따라 국회통과를 위해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세종시 이전이 지연되는 것도 정치적 맥락을 같이 한다. 해양수산부는 부산경남, 과천청사에 잔류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수도권 표심을 의식해 최종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 6·4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정치 일정을 고려한 탓이다. 이기적이고 편협한 정치적 사고에 세종시가 휘둘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8일, 모아미래도 아파트 입주자들이 이재관 세종시장 권한대행(행정부지사)과 면담을 했다. 입주자들의 반응은 절규에 가까웠다.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행복도시건설청은 문제해결 과정에서도 당사자인 입주자들을 배제시키고 있다는 격앙된 소리가 나왔다. 예정지역 건설에 대한 권한이 없는 세종시청은 행복도시건설청에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관행적 행정의 사각지대에 부실시공 최대의 피해자인 입주자의 억울함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의 구조적인 비리와 관행으로 넘기기에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이번 사태는 안전의 문제를 넘어 미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문제이다. 또한 명품 세종시의 향배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이다. 관행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연쇄적인 문제를 낳고 확대시킬 뿐이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행복도시건설청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사기 행각을 벌인 범죄행위를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 사고와 관행적 사고가 세종시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변칙적 사고가 난무한다면 ‘명품 세종시’가 아닌 ‘부실 세종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종시 미래에 대한 기대는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캔자스 대학 학생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을 인솔한 알프레드 교수는 세종시가 워싱턴 DC와 같은 세계적인 행정수도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세계가 기대하고, 대한민국이 주목하고 있는 세종시는 이러한 응원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몸체도, 뼈대도 부실하다.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