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길을 가다가 ‘금이성’ 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신문을 보시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읽어보시길 바란다. 그 안에는 여느 신문과는 다르게 사람냄새가 가득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빼곡하다.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 때 까지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며, 꽁지머리를 하고 세종시의 소식이 있는 어디든 달려가는 송길룡 회원을 만나보았다.
-편집자-
Q.세종참여연대를 알게 된 계기는?
A.2011년 7월에 서울에서 세종시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알고지내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모임을 가지면서 세종시가 출범하게 되자 그에 걸맞은 시민들의 모임이 필요하다고 마음을 모았죠. 그래서 세종참여연대의 준비모임부터 홍보 관련 역할을 담당하며 참여하였고 발기인으로 참여도 했습니다. 지금은 집행위원으로서 부족하지만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세종참여연대 영화 소모임을 꾸려나가고 계신데.
A. 제가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세종참여연대의 영화소모임은 문화적 모임을 통해 회원들 간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회원들이 즐거워만 할 영화를 고른 것은 아니에요. 기존에 검열되어 보지 못했거나,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상영하는 등, 세종참여연대의 회원으로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는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하였죠.
영화는 현대 문화예술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전검열이 있었고, 지금도 등급제등을 도입하여 제한상영가를 받은 작품은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해요. 문제는 아직 제한상영관이 한곳도 없다는 것이죠. 다루고 있는 문제의식이 첨예할수록 상영하지 못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이는 결국 문화의 냉각 효과를 가져와 시민들의 문제의식도 반감되게 됩니다. 저는 앞으로 세종시에 독립예술영화관 설립을 추진하고 싶어요. 그것도 시민들이 세상과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를 직접 골라 상영하는 ‘시민극장’ 의 형태였으면 좋겠죠. 그럼으로써 세종시의 문화적 저변이 넓어지고 그것이 세종시 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종참여연대의 영화소모임이 그런 미래의 모태가 되었으면 해요. 지금은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영화소모임이 미뤄지고 있지만, 조만간 꼭 다시 시작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최근 창간하신 ‘금이성’ 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금이성’은 4월 15일 (음) 창간되어 매주 월요일마다 발간되는 지역소식 신문입니다. 창간일인 음력 4월 15일은 세종시의 유서 깊은 사찰인 비암사에서 1960년대 발견되어 국보로 지정된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 에 새겨진 날짜에요. 계유년에 전씨가 아미타불을 새긴 불비상 이란 뜻의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은, 백제 유민들이 모여 멸망한 백제시대를 기리고 그 와중에 스러져간 많은 영혼들을 위로하며 만든 불상 중 하나입니다. 그런 깊은 의미가 담긴 불상이 만들어진 날과 창간일이 겹치게 된 것이 영광입니다.
‘금이성’이라는 제호 역시 세종시의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금이(산)성은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하고 있는 백제시대 축조된 산성입니다, 지금도 성벽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있어 그 당시의 위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형을 잘 이용하여 함락하기 어려워 철성(철옹성)이라고도 불렸다고 해요. ‘금’ 이라는 글자가 붙은 성은 주로 왕이 거처하던 곳이기 때문에,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인 ‘주류성’의 위치가 금이성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계시지요. 중국집 이름 같다는 소리도 듣는데 이왕에 이렇게 된 거 신문사 맞은편에 금이성 중국집을 하나 내는 건 어떨까요? (웃음)
이렇듯 신문에 세종시의 역사적 향기를 담으려고 노력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종시는 미래를 향하는 도시지요. 그러나 그 미래를 향한 발전 과정에서 이 지역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잊지 말자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이미 우리지역은 역사적으로 깊은 의미를 갖고 있었던 곳이니, 자랑스럽게 새로운 세종시를 준비하자는 의미도 담겨있어요.
Q. 직접 신문을 창간하시게 된 계기는?
A. 지금은 ‘세종로’ 가 된 ‘아홉거리’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시작되었어요. 구인구직, 부동산, 지역 광고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세종시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시민들이 정보교환을 할 수 있는 신문의 필요성을 느꼈지요. 그래서 ‘아홉거리’ 신문을 8p 증면해서 2013년 10월 7일, 월요일마다 ‘행복뉴스’ 라는 지역소식지 섹션을 추가하게 되었어요. 총 23호까지 출간되었는데, 반응이 예상외로 너무 뜨거웠어요. 독자들의 관심이 느껴지고 글을 써주시겠다는 분들도 늘어난 상태여서, 독립된 신문을 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3개월 정도의 준비기간 끝에 5월 13일, 음력으로는 4월 15일에 창간하게 되었습니다.
Q. 새로운 시도에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A. 기존에 지역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이 실패한 까닭도 있어서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셨어요. 그럼에도 이제는 ‘세종시’ 라는 큰 변화의 흐름이 있기에 시도해볼만하지 않을까 해요. 더구나 ‘행복뉴스’에서 형성된 새로운 독자층이 있어요. 처음엔 생활정보지의 부록처럼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행복뉴스를 보기 위해 생활정보지를 보시는 독자들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금이성’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많고 실제로 배포함에서 신문이 없어지는 속도도 빨라요. 무가지이기 때문에 생활수준이나 이념을 막론하고 소식을 보고자 하는 누구나 독자가 되고, 여론형성의 역할은 부족할지 몰라도 열독률은 높아지게 됩니다. 저는 ‘금이성’을 거리의 신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움직이는 것이 거리이니까요. 소정면에서부터 장군면까지 모든 면 소재지 에 배포함을 두고 있어요. 시장님도 국무총리님도 배포함에서 직접 꺼내 가셔야 합니다. (웃음) 세종시민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담아내는 신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좋은 신문인데 재정적인 문제로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A. 세종시가 하루 다르게 발전하는 것 이상으로, 세종시의 시민의식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영리목적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공성을 중심에 두고 있어요. 높은 수익은 바라지 않고 원활히 운영유지가 되는 정도가 목표에요. 신문을 만드는 3요소를 취재, 편집, 배포라고 하는데요. 이 과정의 모든 걸 제가 직접 해서 인건비를 줄임으로서 비용을 최소화 하고 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금이성’에 글을 기고해 주시는 필자 분들이 스무 명이 넘는데, 모든 분들이 무상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광고나 후원을 통해 수익이 늘어난다면 꼭 원고료를 지급해드리고 싶어요. 필자들이 행복하고 마음이 가는 글을 쓰셔야 행복하고 읽을 마음이 가는 신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원제도는 소식공동체의 형태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지면을 할애해서, 후원자들이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신문에 싣는 거죠.
Q. 세종참여연대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세요.
A.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새로운 얼굴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참여연대는 참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참신함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려면 많은 분들이 합류해 주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신선한 참여연대를 부탁드려요.
※'금이성' 후원 및 광고 문의 : 044-866-0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