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추진과정, 박근혜정부 세종시 정상추진 의심
행복도시특별법상 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 세종 와야
미래부·해수부 이전고시 서두르고 행자부도 이전해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19일 0시를 기점으로 공포, 시행됨에 따라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와 같은 신설부처의 설치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된 정부조직 개편이 오히려 공무원 증가라는 딜레마를 촉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설부처 이전에 대한 소모적 논쟁은 박근혜 정부의 국가경영 철학과 지도력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중대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종시는 약속의 땅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공약이었던 세종시 원안 추진을 파기하면서까지 세종시 수정안을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강행했을 때 당시 박근혜 대표는 세종시 원안을 고수했고, 여당 내의 야당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박근혜 대표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지난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충청권 표심을 얻으며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 후 박근혜 대통령의 세종시에 대한 인식은 후퇴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징후가 구조적이고 연속적이라는 것이다. 복지예산 확대로 사회간접자본시설 예산을 축소하면서 행복도시 예산까지 삭감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선도도시로 태어난 행복도시와 일반 신도시를 동일한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또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하 행복도시특별법)에 근거해 마땅히 세종시로 이전해야 할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세종시 입주는 이전 고시조차 하지 않으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급기야는 신설부처인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의 세종시 이전에 대한 이상 징후마저 감지되고 있다.
행복도시특별법상 이전 제외 기관이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안전행정부로 명기된 만큼, 신설부처인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의 세종시 이전은 당연하고, 이들 부처가 세종청사의 국무조정실 산하인 만큼 세종시 이전은 상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조직 개편의 시발점이 된 ‘국민안전’의 통합적 관리 차원에서도 국민안전처 소속인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 역시 세종시 이전이 순리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의 서울 잔류는 법과 원칙을 망각한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편의주의적 사고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문제는 기우로 그치길 바라지만 신설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정치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무원들의 편익과 타 지역 정치권의 반발 등을 의식해 이전 결정에 미온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세종시는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 이후 법과 원칙이 아닌 정치적 논리에 따라 좌절되고 백지화될 위기에 처하곤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이다. 비록 수정안 국회 폐기로 우여곡절 끝에 재추진됐지만 그로 인해 세종시 정상추진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미래부와 해수부의 세종시 이전 고시 지연도 정치적 이유 때문이란 것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올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여당의 텃밭이고 전략적 요충지인 부산·경남 표심과 수도권 표심을 의식해 미래부와 해수부 이전을 지연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와 여당은 정치적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6·4 지방선거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고 하지만, 지금은 지연할 하등의 명분도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박수현 의원이 행복도시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로 한 점이다. 행정자치부(옛 안전행정부)를 세종시 이전 대상 제외 기관에서 삭제하고, 신설기관인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를 이전 기관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춘희 시장 또한 공조 의사를 표명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기존 안전행정부도 당연히 세종시로 이전했어야 하지만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무산됐고, 행정자치부로 축소돼 재구성된 만큼 이번 기회에 함께 이전토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행자부가 세종청사 및 지자체를 총괄 관리하고 있는 만큼 업무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도 세종시 이전이 마땅하다. 옛 안행부가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서울에 잔류했다면, 정부혁신이라는 정부조직 개편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행자부의 세종시 이전은 동반되는 것이 적합하다.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 미래부와 해수부의 세종시 설치는 세종청사 통근버스 운행 및 공무원 관사 운영 등으로 인해 정부의 정책이 세종시 조기정착과 정상추진에 역행한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세종시 건설에 대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례 약속했던 ‘세종시 원안 플러스알파’에 대한 실체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세종시의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