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스트 기고 - 골고루 세종 13. "박근혜정부 약속 지켰나"

초점 | 중앙행정기관 3단계 이전

박근혜정부 약속 지켰나

초점 | 중앙행정기관 3단계 이전

김수현 사무처장(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2014.12.31 14:55:04

3단계 이전 완료,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도시 시대
박 대통령 말로만 “관심과 지원 아끼지 않을 것”
추상적인 선언 넘어 구체적인 ‘플러스알파’ 내놔야


“세종시의 성공은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발전과 다른 도시의 발전전략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긴밀한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희망찬 미래를 개척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도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발전하고, 미래형 명품도시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2월 23일 열린 정부세종청사 완공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의 축사에서 대선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세종시 원안 플러스알파’의 결기를 다시 보는 듯 했다.

아마도 올해 연말 세종시의 가장 큰 성과는 정부부처 3단계 이전 완료로 상징되는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위상을 구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미완의 위상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중앙행정기관 3단계 세종시 이전이 완료됨으로써 정부세종청사에는 중앙부처와 국책연구기관 50곳 1만 6000여 명이 입주했다. 정부부처 및 공무원의 60% 이상이 세종시로 이전했다는 점에서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도시로서 손색이 없다.

중앙행정기관 3단계 이전이 완료됨으로써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세종시는 ‘미완’이다. 박근혜정부는 추상적인 선언에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세종시 원안 플러스알파’를 내놔야 한다. ⓒ인포그래픽=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문화체육관광부

▲ 중앙행정기관 3단계 이전이 완료됨으로써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세종시는 ‘미완’이다. 박근혜정부는 추상적인 선언에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세종시 원안 플러스알파’를 내놔야 한다. ⓒ인포그래픽=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문화체육관광부

따라서 세종시 반대론자들의 일관된 논리였던 세종청사의 비효율성 현안도 문제제기 차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세종시 조기정착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으로 논쟁의 무게중심이 쏠려야 한다. 정부의 기조 또한 이러한 맥락 안에서 책임성 있는 대책 제시가 강구돼야 한다.

정부부처 3단계 이전 완료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의 공약으로 신행정수도의 필요성이 공론화됐고,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되어 추진됐다.

2010년 이명박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과 같은 정치적 곡절을 겪었지만, 국회에서 부결시키며 세종시 출범의 기반을 다졌다. 2012년 세종시 출범과 동시에 정부부처 1단계 이전이 시작됐고, 올해 3단계 이전 완료로 인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면모를 갖추게 됐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첫걸음이라는 시대적 명제 아래 10년 넘게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노력했던 충청도민과 국민의 염원이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눈물의 역사’가 ‘희망의 역사’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종시 사수의 1기 역사’가 ‘세종시 정착의 2기 역사’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희망의 역사’와 ‘세종시 정착의 2기 역사’를 맞이하는 속내 한편이 불편한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명박정부의 세종시 수정 파동으로 공공부문의 건설은 정상적으로 추진된 반면, 민간부문의 건설은 2년 동안 차질을 빚으면서 시민들의 생활상의 불편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가 입점하고, 대기업 본사가 유치되고, 대학 유치가 가시화되고, 대학병원 개원이 예정돼 있지만 아직은 배가 고픈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 공공부문의 이전이 완료됨에 따라 2015년부터는 민간부문의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민관의 공동협력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의 현안과 과제 해결은 세종시와 행복도시건설청, 시민들의 협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한계가 분명해서다. 세종시가 일개 신도시가 아니라 분권과 자치, 균형발전의 중핵도시라는 국가정책목표에 의해 태어난 국책도시인만큼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세종시의 위상이 ‘미완의 위상’에 불과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공허한 반쪽짜리 위상’으로 전락할 소지가 농후기 때문이다.

정부부처의 3단계 이전이 완료됐지만, 마땅히 고시해야 할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의 이전은 빠져있다. 2년 동안 공전하고 있는 해양수산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이전 또한 찾아볼 수 없다. 검토와 협의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 하며 이전 고시에 대한 최소한의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방기이고 직무유기다.

지난 12월 2일,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8개 부처 장관,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세종시 지원위원회가 개최 예정이었다가 총리의 국회 일정을 이유로 전날 일방적으로 메일을 통해 서면심의로 대체를 통보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세종시 지원위원회가 세종시 건설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자리 잡도록 정부가 모범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초를 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의구심은 증폭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일례로 세종시 중심 녹지에는 국립수목원과 생태습지공원을 포함한 중앙공원이 계획돼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의 2017년 개장 계획이 2020년으로 후퇴해 정부의 세종시 조기정착과 정상추진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복지예산의 증가로 인한 사회간접자본시설 축소 기조를 세종시에도 통상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책도시이자 특별자치시인 세종시에 대한 무지이거나 무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과거 이명박 정권의 세종시 흔들기로 2015년 개장을 목표로 하던 중앙공원과 국립수목원이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따라서 예산을 조기 투입해 수목원 개원을 앞당겨도 모자랄 판에 예산을 축소하고 있는 형국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더군다나 금개구리 보전으로 인해 수목원 경계가 원안에서 수정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내년 상반기 실시설계 용역이 마무리되면 언제든지 첫 삽을 뜰 준비가 되어있지만 문제는 세종시 정상건설을 불요불급하게 보는 정부의 시각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종청사 완공과 함께 정부 핵심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완료돼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물적 기반이 완성됐다”며 “이제는 세종시대에 걸맞은 선진업무 시스템과 행정 분야 문화 혁신에 역량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세종시의 기반시설과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중교통과 문화, 의료시설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관계부처는 세종시 이주 공무원들의 생활여건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정주여건 확충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추상적인 선언 수준으로는 세종시 정착에 별 도움이 되질 못한다. 이제는 박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사수에 준하는 근본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공허한 메아리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 뿐이다. 정부의 세종시에 대한 의지와 태도도 2015년에는 대전환에 이르길 기원한다. 세종시 건설의 역사에서 박근혜정부가 임기 3년차를 맞아 ‘세종시 원안 플러스알파’에 대해 약속을 지켰고, 세종청사의 실질적인 수장인 국무총리를 비롯한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했다는 평가를 받길 바란다. 2015년 세종시에 대해서는 일신우일신하는 박근혜 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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